모야모야병 좌우측을 모두 수술한 후 1년이 지난 경과입니다. 이번에 다녀온 검사 및 외래를 바탕으로 증상과 현황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모야모야병 최종 2번의 뇌수술 후 1년 경과
1. 최근 2년간 모야모야병 뇌혈관문합술 수술 부작용
2022년 10월 우측 직간접 문합술, 2023년 11월에 좌측 직간접 문합술을 받았습니다.
2022년 10월 수술 직후에 뇌경색으로 왼쪽 안면마비가 강하게 왔었고, 지금은 80% 이상 회복은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억지로 웃을 때 입꼬리가 안 올라갑니다. 진짜로 웃겨서 웃을 때는 잘 올라가긴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억지웃음이 필요한 순간이 많아 여간 곤란한 게 아닙니다.
이전 포스팅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안면마비와 함께 언어장애도 같이 있었고, 한쪽 입은 아예 움직이질 않았는데 지금은 정말 반 정상인으로 회복되어 멀쩡히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팔다리 멀쩡하고 언어장애가 남지 않아,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수술 직후에는 발작이 왔었습니다. 간질이라고도 하고 뇌전증이라고도 하는 바로 그것이죠. 수술 후 두 번째 날 아침, 점심으로 연속해서 발작이 와서 난리가 났었죠. 아내는 당시 영상을 찍어놓은 게 있어서 가끔 마음이 흐트러질 때 경각심을 갖기 위해 한 번씩 본다고 합니다. 저는 발작하는 제 모습을 보는 게 영 꺼림칙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서 지금까지 안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당시엔 만성으로 이어질지 몰라 스캐닝도 해보고 약도 1년 동안 먹었습니다. 먹는 약이 처음에 22개나 되다 보니 너무 힘들기도 하고,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차츰차츰 줄여나가더니 이제는 4종류, 하루 7알로 적당해졌습니다.
여담이긴 하지만, 뇌수술 이후에는 몸이 참 약해지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수술 이후에는 늑골염으로 2달 반, 오른쪽 무릎통증으로 2달 반을 시달렸고요. 두 번째 수술 후에는 왼쪽 고관절에 석회성 건염, 왼쪽 발바닥에 족저근막염, 왼쪽 무릎통증, 우측 발바닥 종자골염으로 6달을 시달렸습니다.
2. 2024년 5월, 6개월 경과에 따른 입원검사
지난 5월은 수술 후 6개월이 되던 때였습니다. 1박 2일로 입원해서 혈류 CT, SPECT, 뇌혈관조영술을 진행했습니다.
기존에 수술 및 진료를 봐주시던 교수님은 1년간 안식년이라 다른 교수님께서 진료를 봐주셨네요.
위 사진은 6개월 경과 사진과 지난 2월에 확인한 3개월 경과 사진입니다.
보이는 것처럼 6개월 경과 때 결과가 더 안 좋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왼쪽 팔에 힘 빠짐이 두 번 정도 있었고, 시야가 약간 물결치듯 흐릿해지는 느낌을 두 번 정도 받았었는데, 역시나 검사 결과를 보니 안 좋아졌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어맞았다고 느꼈습니다.
심각한 정도는 아니지만 우려했던 후두부 쪽 혈류가 조금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 수술했던 부분도 초록색 음영이 칠해진 것처럼 혈류가 떨어졌습니다. 팔에 힘이 빠진 것도 이유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로 이어준 혈관은 잘 자라 들어갔고, 혈류를 잘 공급하고 있습니다. 초기에 비하면 뭉게뭉게 퍼져있던 미세혈관들이 정말 많이 사라졌습니다. 미세혈관이 사라진 만큼 뇌졸중(뇌경색, 뇌출혈) 위험은 줄어들기 때문에 역시 수술이 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5월 외래에서 검사결과를 들었을 때만 해도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여서 충격이 컸었습니다. 아내와 저 둘 모두 2월 검사 때 결과가 굉장히 좋았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혈관이 더 자라나면 혈류가 더욱 개선되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혈류가 떨어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아내 임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기 때문에 태어날 아기에게도 안 좋은 건강을 물려주는 것 아닌가 하며 우울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3. 2024년 11월, 1년 CT검사
3-1) 혈류 CT와 외래진료
시간이 흘러 11월 초 혈류 CT와 검사결과를 듣는 외래를 다녀왔습니다. 외래 일주일 전에 혈류 CT를 찍고 외래진료를 봅니다. CT 판독에 시간이 걸려서 그렇다고 하네요. 저같이 타 지역에 사는 사람은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를 다 써버립니다.
어쨌든 CT 검사는 아래 사진과 같습니다.
다행히 5월에 비해 상태가 크게 나빠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나빠지긴 했습니다. 혈류지연이 조금 더 생겼고, 초록색과 파란색으로 음영된 부분도 10% 정도 늘어났으니까요.
그래도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허혈증상은 없었습니다. 후두부 쪽이 생각보다 많이 진행된 것으로 보이고, 2022년 수술했던 부분도 조금 악화되었네요.
교수님께 물어보니 앞으로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유지될 수도 있고, 조금 더 안 좋아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즉, 알 수 없다는 거죠. 그래도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수술은 최대한 한 것이고, 앞으로 일상생활을 조금 더 조심해서 하면서 체중 조절 잘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은 없을 것 같습니다.
3-2) 복용 약 조절
2차 수술 후 발생한 뇌전증으로 인해 경련을 막아주는 약을 아침저녁으로 복용했었는데요. 이번 외래를 통해 해당 약을 완전히 중단했습니다. 더불어 먹는 약도 4종류, 하루 7알로 줄어들었습니다. 그중 아침저녁으로 먹는 뇌 영양제를 제외하면 하루 5알인 셈입니다.
덕분에 장기간 다량의 약을 복용하며 생긴 거부감과 부담감에서 조금은 해방된 기분입니다. 물론 아직 먹는 약이 많고, 어쩌면 평생을 이 약들과 함께 해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지금 기분은 좀 괜찮네요.
평소 증상이 없다 보면 잊고 살 때가 많습니다. 나 스스로가 환자인지 아닌지 까먹고 무리할 때도 있고, 그런 다음 아차 싶어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이제 포스팅 날짜를 기준으로 2주 뒤면 딸아이가 태어납니다. 내가 가진 병이 대물림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이를 갖는 것이 옳은 건지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도달한 결론은, 설령 아이에게 모야모야병이 생기더라도 아이가 본인의 인생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경제적 발판이 되어주기로요.
아무튼 인생에 놓인 2개의 큰 산을 잘 넘어왔고,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될 수 있으면 행복한 하루하루를 살기 위해 노력하려고 합니다.
모야모야병 관련해서 일이 생기면 또 포스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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