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모야모야병

모야모야병 2차 수술 후 발견한 이상증상

이백부부 2024. 1. 26.

 

 모야모야병으로 인해 2차 수술을 진행한 후 머리에 혹이 생기는 이상한 증상을 발견하였습니다. 혼자 구글링을 하며 온갖 상상을 다 하다가 결국 외래진료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이에 관한 포스팅입니다.

 

모야모야병 2차 수술 후 갑자기 생긴 이상증상


모야모야병 2차 수술 후 발견한 이상증상


1. 수술한 부위에 혹이 생겼다!?

 작년 11월, 2차 뇌혈관문합술을 받은 후 한 달 정도 흘렀을 때입니다. 평소처럼 저자극 샴푸로 머리를 살살 감고, 귀 위쪽을 만졌을 때 조금 부어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재작년에 수술한 반대편과 비교해 봐도 틀림없이 부어있는 게 느껴졌습니다. 아내에게 물어봐도 부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평소 수술부위 위아래로 따끔거리는 느낌을 종종 받았던 터라 괜스레 걱정이 되더라고요. 사실 퇴원 후 한 달간 저자극 샴푸를 쓰라고 했지만, 퇴원하고 일주일 정도만 쓰다가 계속 기존에 사용하던 샴푸를 쓰긴 했습니다. 저자극 샴푸는 거품이 안 나니까요...

 

 그래서 속으로 이런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저자극 샴푸를 안 써서 그런가?'라든가, '자면서 머리를 긁었나?', '혹시 상처부위가 덧나거나, 세균에 감염된 거 아닌가?' 등등 말이죠. 부어오르긴 했지만 혹여 일시적인 증상이 아닐까 싶어 며칠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이때는 그렇게 심각한 증상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생활하기 불편한 건 없었습니다. 통증도 없었고, 아내 얘기로는 두피가 빨갛게 변하지도 않았다고 했습니다. 통증이 없는 탓인지, 잠시나마 잊고 지냈습니다. 물론 신경이 아주 안 쓰이진 않아서 샤워를 할 때마다 부기가 가라앉았나 확인하곤 했지만요.

 

 

2. 머리에 생긴 혹과 붓기는 이상증상일 수 있다.

2-1) 인터넷에 혹과 붓기를 검색하다.

 보름 정도 시간이 흘렀습니다. 붓기는 여전했고, 아내와 저는 이건 부은 게 아니라 혹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붓기가 이렇게 오래 갈리도 없고, 전체적으로 부은 게 아니라 특정 부위만 튀어나온 것 때문이었죠. 이 혹은 모야모야병 카페에서도 많이 다뤄지는 주제가 아니었습니다. 더군다나 의사도 아니고, 사람들마다 생긴 혹의 위치나 모양이 천편일률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은 불가능했죠.

 

 사람마다 말하는 것들은 달랐습니다. "임파선이 부은 거다.", "진물과 피가 섞여있어서 그런 거고,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라던가, 피지선 모반, 사마귀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지만, 역시 증상에 대한 판단이 다양한 만큼 저희가 결정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추가로 좀 더 구글링을 해보니, 저와 같은 위치에 똑같은 모양으로 혹이 생긴 사람이 있었습니다.

 

지방종 이미지
지방종 이미지 (출처:서울아산병원)

 

 그러나 그 사람은 지방종(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981)이라고 진단받아 바로 수술했다고 합니다. 지방종은 몸 어느 곳에 나 생길 수 있고, 드물게 머리에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혹시 이것도 지방종인가?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2-2) 설마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까?

 지방종에 관해 유튜브를 보던 중 지방육종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육종"이라 함은 결국 "암"을 일컫는 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죠.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더라고요. 제가 평소 운이 좀 없거든요.

 

 얼마나 재수가 없냐면, 할머니가 이 병을 앓고 있는데 그 밑으로 태어난 자식들과 손자손녀 중 유일하게 저만 이 병을 물려받았습니다. 결혼하자마자 이 병을 진단받았으며, 최근 2차 수술 후 후두부까지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체 모야모야병 환자 중 5% 정도가 후두부까지 진행되며, 성인의 경우 후두부까지 진행되는 확률은 더더욱 낮다고 합니다. 그 높은 확률을 제가 뚫어버린 거죠.

 

 그래서 더더욱 걱정이 되었습니다.

 

 지방종은 순수지방이라 물렁물렁하고 잘 움직여지며, 오랜 시간에 걸쳐 생겨난다고 합니다. 반면, 지방육종은 비교적 단단하며,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자라나는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불과 몇 주 안 되는 짧은 시기에 생겨난 거면, 나는 혹시 지방육종...? 하는 걱정이 앞서더라고요.

 

 

3.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 외래진료를 보는 것이 확실하다.

3-1) 간호사실로 문의하다.

 곧바로 수술했던 병원으로 전화했습니다. 물론 바로 전화가 연결되진 않았지만, 문제가 있으면 전화주라고 했다 말하니 잠시 뒤 간호사실로 연결이 되더군요. 그러나 제 증상을 말해도 돌아오는 것은 진료를 한 번 보라는 답변뿐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조금 섭섭했지만, 그건 제가 그만큼 다급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당연한 얘기죠. 간호사가 증상도 보지 않았고, 더욱이 보았다고 해도 의사처럼 진단을 내릴 수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다시 진료예약실로 전화를 걸어 외래진료 날짜를 잡았습니다. 다행인 것이 바로 다음 주에 외래를 볼 수 있었습니다. 혹시나 오래 걸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말이죠.

 

3-2) 외래진료로 정확하게 확인받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혹으로 인해 아프다거나 불편한 건 없었습니다.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속으로 걱정은 됐지만, 별다른 느낌이 안 나니 금방 잊고 평소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외래 날이 다가왔습니다.

 

 평소처럼 차를 끌고 아내와 같이 병원을 찾았고, 긴장하며 제 차례를 기다렸습니다. 아내는 옆에서 별 일 아닐 거라며 계속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교수님을 보고 증상을 얘기하니,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부분을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바로 수술 부위에 티타늄 플레이트가 넣어져 있다는 것이었죠. 말하면서 보여준 사진에는 재작년 수술했던 오른쪽도 들어가 있고, 작년 수술했던 왼쪽도 들어가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매번 절개하는 게 똑같을 수 없으며, 근육이 잡아줄 수도, 안 잡아줄 수도 있기 때문에 넣는 부위도 매번 다르다는 얘기를 추가로 해주셨습니다. 이번 수술 때는 고정을 위해 수술 부위 위쪽도 넣었다는 말과 함께 말이죠. 이 부분은 평생 지금처럼 살짝 튀어나온 상태겠지만 아무 이상 없으니 신경 쓸 필요 없다고 합니다.

 

 

 이 얘길 들으니 기존에 해왔던 걱정이 정말 쓸데없고 바보 같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욱이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외래를 통해 의사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100배는 좋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 외래를 통해 절개부위 위쪽이 가끔 따끔거린다거나, 상처부위 아래쪽 머리카락을 쓸면 아직도 아프다거나 하는 질문에 대해서도 답변을 들을 수 있었고, 하루에 먹는 약이 20개가 넘어가는데 좀 줄일 수 없냐는 말에 몇 가지 약을 중단해도 된다거나 반 알만 먹어도 된다거나 하는 얘길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외래를 온 것이 매우 좋은 판단이었던 거죠.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모야모야병 환자들은 비슷한 고민을 할 것 같습니다. 더욱이 그 위험한 뇌수술을 한 번도 아니라 두 번 이상 받아야 되기 때문에 걱정도 클 것이고요. 제 생각에는 혼자 100번 생각하는 것보다 의사를 찾아가 이야기를 듣거나 추가 검사를 해보는 편이 더 빠르고 스트레스도 덜 받는 방법 아닐까 싶습니다.

 

 수술 후 보이는 증상이 큰 병의 징후라면 빨리 발견해서 좋은 거고, 아무것도 아니라면 그만큼 스트레스 받는 시간이 줄어들고 혼자 고민하는 시간도 줄어드니 이득일 것입니다.

 

 외래 진료비 역시 3,000원도 들지 않습니다. 우린 산정특례 대상자니까요. 돈 걱정은 No!!

 

 이상징후가 있다면 너무 걱정하지 말고 외래진료부터 보길 강력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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