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모야모야병

모야모야병 2차 수술 예약

이백부부 2023. 6. 25.

 

 

 모야모야병 환자들이 받는 뇌혈관문합술 2차 수술을 예약했습니다. 작년 10월 1차 수술에 이어, 올해 2차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가장 빠른 수술일자가 12월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여름은 피하고 싶었어서 다행이긴 한데, 12월은 또 너무 춥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모야모야병 2차 수술 예약


모야모야병 2차 수술 결심

모야모야병-환자의-혈관은-내경동맥이-막히고-실처럼-가느다란-혈관이-많다
모야모야병 환자의 혈관

 

 쉽게 결정한 건 아닙니다. 고민은 많이 했습니다. 아무래도 뇌 수술이니까요.

 

 저희 아버지는 잘 티 내시는 분이 아닌데, 걱정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살면서 한 번 받기도 힘든 큰 수술을 연속으로 받는다는 게 쉽지 않으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뇌경색도 왔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면 어쩌지, 하는 마음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

 

 모야모야병은 양측성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술 도중 특별한 이벤트 없이 잘 마무리가 되고 혈관이 잘 자라났으면 6개월 뒤에 반대쪽을 수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아이 같은 경우는 병의 진행 속도가 빠르다 보니 수술을 더 타이트하게 하기도 합니다.

 

 

 

1-1) 좌뇌 쪽도 슬슬 증상이 나타난다.

 제가 2차 수술을 결심한 주된 원인은 당연히 증상이 하나씩 나타나기 때문인 게 가장 컸습니다.

 

 작년에 수술한 오른쪽 뇌혈관은 검사결과 잘 자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몸의 왼쪽으로 증상이 나타나질 않고 있어요. 반면, 진행이 더뎠던 왼쪽은 조금씩 조금씩 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역시 멈춰있는 게 아니라 더디지만 병이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점점 증상이 나타나네요.

 

 오른손잡이 같은 경우, 좌뇌에 언어 쪽 기능이 몰린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증상이 올 때 혀와 입, 언어 쪽으로 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혀가 굳고 입이 잘 안 움직이는 건 이해가 가시지만, 아마 언어 쪽으로 증상이 온다는 말은 생소하실 것 같습니다.

 

 언어 쪽으로 증상이 온다는 건, '고차 뇌기능장애'처럼 오는 경우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고능력, 기억능력, 연상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죠. 제 경우엔, 단어가 머릿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엉뚱한 단어를 말하거나,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이야기하고 싶은데 '스투키', '페브리즈' 등 엉뚱한 단어를 말하는 식입니다.

 

 

 

1-2) 나는 결국 한 번 더 수술을 할 사람

 대학병원 교수님과 얘기해 보면, 같은 모야모야병에 걸려도 증상이 늦게 오는 사람이 있고, 빨리 오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혈류량을 보면 증상이 있을 것 같은데 괜찮다는 사람도 있고, 진행속도가 너무 빨라 예정보다 일찍 수술을 하는 사람도 있고, 사람마다 천양지차라고 하더군요.

 

 저는 결국 수술할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28살 발병으로 추정되며(27살 뇌 MRI에선 깨끗했음), 31살에 모야모야병 확진, 32살에 오른쪽 수술, 그리고 이듬해인 올해 왼쪽 수술까지 하면, 불과 5년 사이에 이 모든 일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연찮게 병의 진행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대비할 시간은 벌었으니까요. 그리고 작년 우측 수술 후 지금까지 일반인의 몸 상태로 살고 있는 것처럼, 좌측도 수술을 잘 마치면 이제 정말 병 걱정 없이 정상인의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도 됩니다. 물론 계속 조심은 해야겠지요.

 

 빨리 병을 인지하고, 그나마 혈류가 나쁘지 않고, 신체 회복이 빠른 나이에 수술을 하는 것. 그게 100세 시대를 이야기하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선택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종종 합니다. 몸속에 폭탄을 갖고 언제 터질지 불안해하는 삶을 살기엔 할 게 너무 많으니까요.  

 

 

 

1-3) 담당 교수님의 안식년

 제 병 확진부터 우측 직간접문합술까지 집도하신 교수님께서 2024년 2월부터 약 1년 동안 안식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도 수술을 결정하게 된 굉장히 큰 부분 중 하나였습니다.

 

 혹시라도 내가 갑자기 큰 일을 당하면 어떡하지? 안 그래도 병의 진행이 빠른 편이라고 했는데, 2024년에 뇌출혈이나 뇌경색이 오면 누굴 찾아가야 되지? 어차피 1~2년 안에 수술을 할 생각이었으면 차라리 교수님 안식년 전에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지만, 어차피 할 거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교수님이 계실 때 해버리자..라고 아내와 결정을 내렸습니다.

 

 


 모야모야병 2차 수술을 예약하고 시간이 좀 지나서 그런 건지, 아니면 아직 6개월가량 남아서 그런 건지, 담담합니다. 심적으로 크게 부담되는 부분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양측성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양쪽을 수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실 수술 자체는 자고 일어나면 끝나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도 있습니다.

 

 부디 이번 수술에는 뇌경색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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