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삼성병원에서 예약했던 검사를 받고('21.10.28.), 그 다음 주에 외래를 갔다 왔다('21.11.8.). 회사에 사정을 잘 설명한 덕분인지, 아니면 희귀 질환이라는 타이틀 덕분인지 몰라도 병가 쓰는데 문제가 없었다.
어쨌든, 외래에서 안 좋은 이야길 들어서 기분이 참 묘했다. 아무리 모야모야병이 진행성 질환이라곤 해도, 어째 매달 악화될 수 있을까? 심지어 나 같은 경우는 진행속도가 빠른 편은 아니라고 했었다. 진행속도가 굉장히 빠른 환자는 한 달만에 '나쁘지 않은 혈류' → '당장 수술이 시급한 상황'으로 진행되기도 한단다. 그러면 발견 당시부터 이미 많이 안 좋아진 상태였나? 답답하지만, 주기적인 검사가 정말 필수인 것 같다.
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 오른쪽으로 가는 내경동맥 1개가 완전히 막혔다.
- 왼쪽도 모야모야세포가 계속 증식되고 있고, 아직 피는 가고 있으나 막힐 가능성이 있다.
- 혈전은 없다.
- 수술을 고려할 때가 됐다. 수술은 보험이다. 뇌경색이 온 이후엔 수술할 필요가 없다.
- 수술 안하고 버티는 방법은 좋지 않다. 이 병의 표준치료는 수술이고, 나는 수술이 필요한 사람이다.
정말, 더 좋아지길 바랐건만 이번 외래에서 수술 이야기를 들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9월 10일에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검사할 때만 해도 잘 흐르던 내경동맥이 벌써 하나 막혔다고? 게다가 할머니도 70이 넘어서 수술하셨는데, 내 나이 31살에 벌써 수술을 해야 한다고?
뭔가 상황이 믿기지 않아서 계속 꼬치꼬치 물어봤다. 9월만 해도 괜찮았는데 왜 갑자기 막힌 거냐. 이런 경우도 있냐. 수술을 꼭 해야 하느냐, 안 하고 버틸 순 없냐 등등.
대구로 내려오는 기차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혼 반 년 만에 희귀 질환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그로부터 두 달 만에 뇌수술을 해야 된다는 소식을 들은 상황이다. 수술이라곤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언제까지고 건강할 줄만 알았던 내가, 다른 것도 아니고 난치성 희귀 질환에 걸려서 뇌수술을 받아야 한다니. 하하, 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을까?
내가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되면 앞으로 아내는 어떻게 살아가지?
아이는 가지면 안 되는 건가?
왜 나한테는 이런 안 좋은 일만 일어날까?
지금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지만, 이때는 정말 심각했다.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의 마음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하고 있다.
덕분에 매일같이 마시던 술도 끊고, 운동도 열심히 하게 되었다. 건강도 더 챙기게 되고, 가족에게 더 잘하자고 마음가짐도 바꿨다.
오히려 이렇게 잘 관리하면 다른 사람보다 장수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실제로 모야모야병을 앓고 계신 우리 할머니도 여든 중반이신데 아직 건강하시다.
Q. 수술을 꼭 해야 하나요?
A. 병원에서 수술은 보험이라고 합니다. 뇌졸중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하는 거죠. 병원마다 견해가 다르듯, 환자들마다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몸이 버틸만하니 조심조심 생활하며 꾸준히 외래를 다니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수술 자체의 위험성을 많이 생각하십니다. 그리고 연세가 너무 많은 경우 수술이 득 보다 실이 되는 경우가 있어 병원에서도 권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반면에 빠르게 수술을 결정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부분이 어린이 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 혹은 뇌출혈 등으로 입원한 환자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성인 같은 경우 지켜보다가 증상이 악화됐을 때 수술하기도 합니다. 수술은 나이가 어리고 혈류가 좋을수록 예후가 좋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Q. 혈류에 좋은 게 뭐가 있나요?
A. 당근, 양파, 다시마, 표고버섯, 무, 시금치, 꽁치, 인삼, 은행잎, 식용국화, 영지버섯, 올리브유, 토마토, 강황, 귀리가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타민D도 혈류개선에 도움을 줍니다. 오메가 3은 지방이기 때문에 항응고제 약을 먹고 있으면 안 맞습니다. 은행나무 추출물, 혹은 그밖에 건강보조식품은 병원과 상의해보고 복용하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수술을 앞두고 있다면 아무거나 드시지 마시고 꼭 의사와 상의 후에 복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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