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모야모야병

[모야모야병] 수술후기 Part 3. 병원에서의 회복기

이백부부 2022. 12. 8.

 모야모야병 수술 후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 포스팅은 집중치료실 생활부터 퇴원까지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1. 집중치료실

 

 집중치료실로 옮겨 아내와 많은 얘길 나눴다.  내가 중환자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간호사가 있었고, 검사는 어떤 것들을 했는지 이야길 쏟아냈다. 조금은 어눌한 발음이었는데, 그래도 아내는 차분히 얘기를 들어줬다. 그러면서 "얼굴 보니까 그래도 마음이 좀 놓이네" 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아내 얘기도 많이 들었다.

 분당서울대학교 병원 같은 경우, 수술을 하게 되면 기존 일반병동에 있던 짐을 모두 빼야 하는데, 중환자실(보통 1일)과 집중치료실(보통 1일)을 거쳐 새로 일반병동으로 재배정받기 때문이다.

 환자가 수술 후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보호자는 '중환자 보호자실'이라는 곳에 대기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수술 후 대기하고 있는 다른 보호자들과 꽤 친해진다고 한다. 서로 어떤 이유로 수술했고, 지금 상태는 어떤지, 그리고 중환자실에 들어간 지 며칠이 지났는지 등등 보호자들만 할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름의 병원생활 팁도 공유했다고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꽤 친해져서, 나중에 집중치료실로 옮길 때는 조금 이상한 감정도 들었다고...

 

  집중치료실은 간호사 1명당 4명의 환자를 케어한다. 중환자실은 환자와 간호사를 1대 1로 매칭시켜 관리하는 것에 비해 조금 여유롭게 관리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그래도 환자 케어는 잘 되는 편이다.

 

 집중치료실 역시 자리운이 좋아야 편하게 있을 수 있는데, 나는 내 바로 옆자리 외국인 때문에 꽤 피곤한 생활을 했다. 한국인 이름도 갖고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국어는 잘 못하는지 계속 널스, 헬프미를 반복하고, 영상통화로 다른 외국인과 자꾸 통화하는 게 너무 듣기 싫었다.

 

 그리고 폐렴이 엄청 심한 환자여서 벌써 일주일 넘게 집중치료실에서 지내고 있다고 했다. 폐렴 때문인지 쉴 새 없이 기침을 하더라. 수술을 하려면 염증 수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져야 되는데 잘 안 떨어진다고... 근데 이 환자는 자꾸 팔에 꽂혀있는 주삿바늘을 억지로 빼서 간호사가 달려오곤 했다. 보호자도 가족이 아닌, 간호간병 서비스를 통해 구한 사람인지, 간호를 반쯤 포기한 것 같았다. 나중엔 간호사가 짜증 내며 손발을 묶어버렸다.

 

 덕분에 나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거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2. 드디어 일반병동으로 (2인실)

 

 다음날, 드디어 일반병동으로 옮겼다.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은 보통 11시쯤 퇴원하다 보니, 그때쯤 자리가 생긴다고 한다. 그러면 환자 퇴원 후 자리를 정리하고 우리가 1시 전까지 병동을 옮기게 된다.

 

 일반병동은 우리가 신청한 2인실로 배정받았다. 이전에 5인실을 써보니까 영 불편했었는데, 확실히 2인실이 넓고 쾌적하다. 더구나 창가 쪽으로 배정받아서 밖에 단풍도 구경할 수 있었다.

 

 일반병동으로 옮기긴 했는데, 몸에 열이 계속 올랐다. 가만히 냅두면 38도 가까이 올라서 혈액검사를 했다. 지난 포스팅에도 얘기했지만, 폐가 펴지는 중이거나 2차감염이 있을 때 열이 오른다고 한다. 일단 혈액검사 결과, 다행히 염증 수치는 떨어지는 추세였다. 일단 지켜보기로 했다.

 

- 수술 사진
수술 사진. 이 멍이 나중에 쭉 타고 얼굴로 내려온다

 

 그 이후로는 별다른 이벤트 없이 꾸준히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팔에는 아직 주사가 주렁주렁 달려있었고, 여러 수액이 들어가고 있었다. 혈압과 체온도 8시간 간격으로 측정했다. 두통이 너무 심해 진통제를 계속 찾고, 새벽 3시면 계속 깼다는 것을 제외하곤 잘 회복되었다.

 

 처음에는 밥이 도저히 넘어가지 않아 거의 죽만 먹었는데, 한 2~3일 정도 지나니까 일반식도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많이 걷는게 회복하는데도 좋고 열 내리는데도 좋다고 해서 병동 안에서도 많이 걸어 다녔고, 4층으로 나가서 산책도 많이 했다. 하루에 3~4시간 정도는 4층에서 돌아다녔던 것 같다. 그리고 2동 지하3층에 미용실이 있는데, 거기서 머리를 감겨준다.(물론, 유료다) 머리를 감으면 드디어 노숙자 냄새가 사라진다.

 

 이시운 교수님 회진이나 주치의가 오셨을 때, 난 그래도 회복이 굉장히 빠른 편이라고 하셨다. 다만, 열이 자꾸 오르고 심한 두통이 계속되는 게 왜 그런지 좀 봐야 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리고 뇌경색이 왼쪽 안면마비와 언어 쪽으로 와서 좀 불편할 수 있는데, 회복되는 속도로 봐서는 일상생활하다 보면 3개월 정도면 돌아올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씀해 주셔서 뭔가 희망이 생겼다. 그래도 입원해 있는 동안 재활치료 좀 하자고 하셔서 열전기치료언어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2~3일에 한 번 정도 재활치료를 갔는데, 이때 배운 재활운동을 지금까지 집에서 하고 있으니, 꼭 잘 배워놓길 바란다.

 

 

 

 

 

3. 떨어지지 않는 열, 계속되는 두통

 

- 병원에서 먹은 약
병원에서 먹은 약

 계속 열이 나고, 머리가 쥐어짜이듯 아팠다. 두통의 강도가 심할 때는 정말 누가 머리를 망치로 치는 듯했다. 두통 강도를 1~10까지 물을 때 4, 5 정도가 진통제를 먹어야 되는 수준이라면, 심할 때는 9나 10까지 올라갔다. 그때는 두통을 참기 어려워 침대에 머리를 박고 주먹으로 내리칠 정도였다.

 

 나는 마약성 진통제도 듣질 않는 체질이다. 아니, 듣지 않는다기 보단 속이 너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서 다 토해버리는 체질이다. 그래서 진통제도 다른 사람들과 다른 걸 써야 했는데, 정말 여러 가지 진통제를 써본 것 같다. 수액 형태도 여러 가지를 바꿔가면서 나한테 맞는 걸 찾았고, 알약으로 된 것도 바꿔가며 먹었다.

 

- 진통제 패치
진통제 패치. 한 번 붙이면 3일 정도 효과가 있다

 아침/점심/저녁 약에 포함되어 나오는 진통제도 계속 미리 달라고 해서 먹을 정도로 두통이 견딜 수 없었다. 이미 병동에서는 내가 두통이 심한 환자로 잘 알려진 것 같았다. 새벽마다 진통제를 달라고 매일 한두 번씩 말했으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열도 떨어지지 않아서 혈액검사, 소변검사, 흉부 X-Ray 검사도 여러 번 했다. 다행스럽게도 염증수치는 계속 낮아지거나 정상범위에 있었다. 만약에 염증 수치가 떨어지지 않으면 척수에서 물을 빼서 검사를 해야 한다고 한다.(혹시라도 뇌수막염이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다) 말만 들어도 너무 무서워서 염증 수치에 이상이 없길 계속 바랬는데, 참 다행이었다.

 

 계속 심한 두통과 체온이 문제가 되자 나중에는 안과도 가보기로 했다. (수술한 쪽 눈두덩이 쪽도 아팠다) 안과에서 거의 2시간 가까이 기다려서 여러 가지 검사를 했는데 안과 쪽도 문제가 없었다. 시력도 정상이었다.

 

 모든 검사가 그래도 정상이어서 마음이 놓였다. 퇴원일 하루 전까지 재활운동과 걷기 운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검사 결과들도 다 정상이라고 하니 점차 괜찮아지겠지~ 하고 병동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도 하고 아내와 도란도란 얘기도 하면서 쉬고 있는데, 저녁 10시쯤 됐을까? 갑자기 어떤 의사분께서 오셔서 척수에서 물 좀 빼서 염증검사 좀 하자고 하셨다.

 

 안내받은게 전혀 없던 터라 현실 부정을 시작했고, 진짜 하는 거 맞냐고 몇 번이나 물어본 끝에 수긍하고 체념하고 현실을 받아들였다. 척수에서 물 배는 건 내 침상에서 진행되는데, 새우잠 자듯 엎드린 상태에서 척추를 마취하고 바늘을 이용해 물을 뽑아낸다. 물을 뽑아내는데, 보통은 정말 투명한데 나는 좀 누리끼리했다고 한다. 그리고 뇌압이 좀 높아서 두통이 있는 것 같다고...

 

 검사결과는 1~2시간 정도 걸리고, 어쨌든 검사가 끝나면 최소 1시간은 침대에 바른 자세로 누워있어야 한다.

 

 밤 12시 정도 되자, 시술했던 의사가 와서 설명을 해줬다. 다행히 염증수치가 아주 없진 않은데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 것이고, 유의미한 정도로 높진 않아서 퇴원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염증 수치가 높으면 뇌수막염으로 판정되어 약 2주 정도 항생제를 맞으면서 더 병원생활을 해야 한다고 한다.) (추후 외래에서 교수님이 화학성 뇌수막염이었던 것 같다고 하셨다. (세균성 뇌수막염이 매우 위험하다))

 그리고 혹시라도 끓는듯한 고열, 극심한 두통, 뒷목 뻐근함이 오면 뇌수막염일 수 있으니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하셨다.

 

 

 

 

4. 퇴원

 

 다음날, 드디어 퇴원수속을 밟았다. 생각보다 퇴원수속은 되게 빨리 끝났다 (오전 10시). 창구에 수납하고 오면 처방약과 다음 외래일정을 설명해 준다. 입원환자의 경우 분당서울대병원 입원 조제실에서 약을 제조해주기 때문에 원외 약국에 가지 않아도 된다. 

 

  아무튼, 오전 10시 쯤 머리에 박힌 철심을 빼주는데 약간씩 따끔거리는 정도였다.(나름 무서웠는데, 어린애들도 그냥 뺀다더라) 그리고 택시 타고 슝슝 집으로 왔다. 보름 뒤에 외래가 잡혀있어 다시 가야 하지만, 정말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병원생활이 이렇게 마무리되는 느낌이 참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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