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관리/모야모야병

[모야모야병] 수술후기 Part 2. 드디어 수술. 그런데 저관류?

이백부부 2022. 11. 29.

 

 모야모야병으로 직간접문합술 수술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지난 포스팅에 이어 이번 포스팅에서는 수술 직후 찾아온 저 관류 증상과 뇌경색, 중환자실에서의 일상을 담았습니다. 


1. 수술 종료. 전신마취에서 깨어나다.

 

 10월 21일, 오후 2시에 수술장에 들어가 매캐한 마취가스를 들이켜고 정신을 잃었던 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오후 8시쯤 중환자실에서 깨어났는데, 깨어나자마자 달고 있던 산소호흡기가 너무 불편하다고 빨리 빼 달라고 했다고 한다. 목구멍 깊숙이 들어가 있던 터라, 한동안 목구멍이 계속 아팠다. 산소호흡기를 다는 이유는 전신마취를 하게 되면, 폐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원활한 호흡을 위해 산소호흡기를 단다.

 

 결과적으로, 수술은 약 4시간 정도 걸렸고, 잘 됐다고 한다. 여기서 수술이 잘 됐다는 얘기는 수술하는 동안 별다른 증상 없이 혈관이 잘 이어졌다는 말이다.

 

 정신이 들고, 산소호흡기를 떼고, 간호사가 이것저것 물어본다.

 

  1.  이름이 뭐예요,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2.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어요?
  3.  오늘 무슨 수술 받으셨는지 아세요?
  4.  오늘 며칠이에요?
  5.  손가락 부딛히기 해보세요
  6.  팔/다리 들고 버텨보세요

 

 이렇게 질문이나 시키는 거를 하나씩 하는데, 간호사가 원래 말을 그렇게 하냐, 원래 표정이 그러냐 물어봤다. 무슨 말이지? 내가 느끼기에 수술한 걸 감안하면 말하는 건 나쁘지 않고, 거울도 없는데 내 얼굴을 볼 수가 있어야지..

 

 얼마 후에 간호사가 보호자와 영상통화를 해준다. 그때만 해도 걱정하는 아내를 위해 괜찮다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줄 수 있었다. 화면을 통해 수술 후 퉁퉁 부은 내 얼굴을 처음으로 봤다. 아내는 계속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데 마음이 참 안 좋았다.

 

 

 

 

2. 응급상황 발생! 근데 저 관류라고?

 

 문제는 새벽이 넘어가면서 발생했다. 다른 간호사(좀 더 상급자로 보이는)가 와서 보더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랑 "이~"를 해보라고 해서 했다. 막상 해보려고 하니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저 "ㅁ... 무... 무..." 이렇게만 나오니까 나 역시 너무 당황스러웠다. 그 간호사는 왼쪽 입부분이 안 움직인다며 내 담당 간호사한테 이거 몰랐냐고 엄청 캐물었다. 담당 간호사는 "물어봤는데 원래도 그렇다더라"라고 되지도 않는 말을 했다. 나는 너무 화가 나서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이 나오질 않으니 뭘 할 수가 없었다.

 

 (저 담당 간호사는 그 이후로도 계속 실수를 했다. 무통주사 바늘도 못 잡고, 기계 세팅도 제대로 못해서 계속 혼났다. 심지어 전후 근무자와 인계인수도 제대로 못했다. 그래서 나중에는 내 담당 간호사 좀 바꿔달라고 요청해서 바꿨다. 나중에 컴플레인 걸라고 이름도 기억했다. )

 

 담당 간호사의 상급자로 보이는 간호사는 한숨 쉬며 여기저기 뛰어다녔고, 다른 간호사 2명과 당직 의사도 뛰어와서 내 상태를 확인했다. 의사는 담당 간호사한테 입꼬리 처진 거 안 보이냐며, 이것도 못 봤냐고 막 혼냈는데 나도 뭐라고 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오니 뭘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의사는 검사를 몇 개 해봐야 할 것 같다며 동의서를 받아갔고, 나는 그 새벽 1시에 카트에 몸을 실은 채 CT, SPECT, MRI를 찍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나중에 의사가 얘기해 주길, 저 관류 증상이 왔었다고 한다. 혈류를 늘려주는 수술을 진행한 후, 어떤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다른 부분에 혈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것을 저관류 증상이라고 한다. 나는 저관류 증상으로 인해 뇌경색이 1cm 정도 왔었던 것이다.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도 후유증이 남아 있는데, 내 생각엔 담당 간호사가 완전 초짜인 데다, 내 상태를 제대로 확인도 않고, 알리지도 않아서 대처가 늦어진 원인인 것 같다. 중환자실은 환자 1명당 1명의 간호사가 붙음에도, 내 담당 간호사는 계속 틈만 나면 자리를 비웠었다. 그리고 올 때마다 꼭 혼나는 모양새를 보니, 영.. 믿음직스럽지 못했다.

 

 중환자실로 돌아와서는,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 혈압강하제도 투여하고, 체온이 계속 38도까지 올라가 겨드랑이에 얼음팩을 끼고 옷 안으로 찬바람을 지속적으로 넣어줬다. 아침에는 폐렴을 확인하기 위해 흉부 X레이도 찍었다.

 

 

 체온이 이렇게 올라가는 건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있다고 한다.

 첫 번째는 수술 동안 쪼그라들었던 폐가 정상적으로 펴지면서 열이 발생하는 경우다. 시간이 지나면 열이 떨어진다.

 두 번째는 수술 후 2차 감염이 있는 경우다. 주사 바늘에서 감염될 수도 있고, 폐렴일 수도 있고, 뇌수막염일 수도 있다.

 뇌수막염일 경우, 2주 정도 더 입원하며 항생제를 맞아야 한다.

 

 

 수술 직후라 그런지 도저히 뭔가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부분의 식사는 거의 나온 그대로 버렸다. 약은 아침에 7알, 점심/저녁에 5알씩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었다. 그리고 중환자실에 있는 내내 소변줄을 꼽고 있었는데,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고 해서 최대한 마시려고 노력했다. 다만, 만약에 대변을 봐야 되는 상황이 되면 성인용 기저귀에다가 싸야 된다고 해서 절대로 대변은 보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정말 내 존엄성을 건다 생각하고 참았다.

 

 다행인 건 뇌경색이 왔을 때 그나마 조치가 빨랐어서 완전히 죽은 부위가 적어 회복이 빠르다는 것이다. 중환자실에 있는 이틀 반 동안 천천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했고, 실제로 15일의 입원기간 동안 말하는 것은 의사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돌아왔으며, 남아있는 안면마비도 3개월 정도에 걸쳐 원래 정도로 회복될 것 같다는 얘길 들었다. 교수님도 비슷한 시기에 수술한 사람들 중 내가 가장 회복이 빠르다고 해주셨다.

 

 

 

3. 3일간의 중환자실 생활, 그리고 이제는 집중치료실로...

 

 10월 23일, 중환자실에 들어온 지 3일째가 되었다. 그동안 잠은 거의 못 잤다. 침대랑 한 몸이 돼서 움직일 수 없고, 옆에서 기계는 계속 삑삑 거리고, 간호사 분들은 쉴 새 없이 드나들며, 옆방에서는 갓난아기 울음소리, 그리고 어떤 할머니가 자꾸 "나 무서워~"를 5초에 한 번씩 소리 지르고, 누군지 모르겠는데 어떤 어린애도 계속 울어댔다. 정말 너무 피곤하고 자고 싶은데 중환자실은 도저히 잘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그래도 이틀 정도 지나니 천천히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적어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던가, 간호사 분들이 묻는 질문에는 다 대답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됐다. 계속 걱정됐던 부분은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에서 아내가 혼자 이런저런 오만가지 생각에 휩싸여 무서워하고 있을게 너무 생생하게 그려졌다.

 

 그래서 새벽부터 간호사 분들께 혹시 집중치료실로 좀 보내줄 수 있냐고, 담당 의사 선생님한테 잘 좀 말해달라고 부탁했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오셨을 때도, 아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고, 이쪽 상황을 잘 모르고 있어서 많이 무서울 거라고, 집중치료실로 꼭 좀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주치의 선생님은 보통 주말에는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실로 잘 옮기지 않는다고 하시면서, 교수님께 한 번 물어보겠다고 하셨다.

 

 그렇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하면서, 제발 집중치료실로 갈 수 있기를 그렇게 바랬는데, 잠시 후 주치의 선생님이 오셔서 오후 1시쯤 이동해도 된다고 전해주셨다!! 정말 너무너무 기뻤다. 이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중환자실 생활도 드디어! 드디어 끝이 나다니.. 걱정하고 있을 아내를 생각하니 정말 무슨 말을 해줘야 할지, 여기서 있었던 일들, 짜증 났던 간호사, 그 와중에 참 고마웠던 간호사, 나한테 일어난 이 모든 게 마치 꿈만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오후 1시가 됐고,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카트에 누워있는 나를 보고 달려온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데, 정말 너무너무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못난 남편 만나서 결혼한 지 2년 만에 이런 경험이나 하게 만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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